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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눈으로 하느님을 섬기다

눈으로 하느님을 섬기다

온몸에서 눈밖에 움직일 수 없다면 느낌이 어떨까요? 제 형 하이로의 상황이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형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형이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전에 형이 살아온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은 뇌성 마비의 일종인 경직성 사지 마비 *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죠. 두뇌가 근육으로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팔다리가 제멋대로 심하게 뒤틀립니다. 갑자기 몸이 움직이는 바람에 형 자신이 다칠 때도 있죠. 또 가까이 있는 사람이 방심하고 있다가 다치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종종 형의 팔다리를 휠체어에 묶어 놓아야 합니다.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

은 성장해 가면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생후 3개월이 되었을 때부터는 발작을 일으키면서 의식을 잃는 일이 자주 있었죠.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형이 죽은 줄 알고 형의 몸을 꼭 안고는 병원으로 달려가셨습니다.

이 수축되고 뻣뻣해지면서 점차 형의 뼈도 변형되었습니다. 열여섯 살 때는 골반뼈가 탈골되어 허벅지와 엉덩이와 골반 부위에 큰 수술을 받아야 했죠. 수술을 받고 나서 형이 밤마다 통증 때문에 소리 지르며 울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은 장애가 심각하기 때문에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적인 일에서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합니다. 대개 부모님이 형을 도와주시죠. 형이 항상 다른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아야 하기는 하지만, 부모님은 형이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하느님에게도 의지해야 한다는 점을 늘 일깨워 주십니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다

여호와의 증인이신 부모님은 형이 아기였을 때부터 성경 이야기를 읽어 주셨습니다. 두 분은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누릴 때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병세가 심각해서 수시로 경련을 일으키지만, 형도 밝은 미래에 대한 굳건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셨죠. 하지만 두 분도 형이 과연 성경 지식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셨습니다.

이 어렸을 때 하루는 아버지가 “하이로야, 아빠한테 말해 볼 수 있겠니?” 하고 물으셨습니다. “너, 아빠 정말 사랑하지? 그러니까 한마디만 해 보렴!” 하고 말씀하셨죠. 아버지가 그렇게 애원하시자 형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어떻게든 말로 감정을 표현해 보려고 했지만 목구멍에서는 이상한 소리만 나왔죠. 아버지는 형을 울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통해 형아버지의 말을 이해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죠. 문제는 형이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부모님은 가끔씩 형이 눈동자를 빨리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셨습니다.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려고 그렇게 하는 것 같았죠. 의사가 잘 전달되지 않을 때면 형은 무척 낙담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형의 눈이 보내는 신호를 잘 읽고 원하는 대로 해 주시면 형의 얼굴은 아주 환해졌죠. 그것은 형이 고마워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한 언어 치료사가 형과 의사소통을 더 잘하는 법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양손을 든 채로 형에게 ‘네’나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라는 것이었죠. 오른손은 ‘네’를, 왼손은 ‘아니요’를 의미했습니다. 형의 눈동자가 어느 쪽 손을 응시하는지를 보면 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다

여호와의 증인은 1에 3씩 크고 작은 대회를 엽니다. 많은 사람이 그 모임에 참석해서 성경에 근거한 연설을 듣죠. 형은 침례 지원자을 위한 연설이 시작되면 늘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형이 열여섯 살이었을 때 한은 아버지가 이렇게 물으셨지요. “하이로야, 너도 침례받고 싶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형은 아버지의 오른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얼마나 침례를 받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아버지는 “하느님을 영원히 섬기겠다고 기도로 그분께 약속했니?” 하고 물으셨습니다. 이번에도 형은 아버지의 오른손을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이미 여호와께 헌신했음이 분명했습니다.

몇 차례 성경 토의를 해 본 결과 형은 그리스도인 침례의 의미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2004에 열린 대회에서 형은 이제껏 받아 본 질문 중에 가장 중요한 질문 즉 “당신은 하느님의 뜻을 행하기 위하여 그분께 헌신하였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대답으로 형은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예”라는 뜻이었지요. 그렇게 해서 형은 열일곱 살에 침례를 받고 여호와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을 사용하여 하느님을 섬기다

2011에는 형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생겼습니다. 바로 눈으로 조작하는 컴퓨터였죠. 이 컴퓨터는 홍채의 움직임을 인식해서 화면에 있는 아이콘을 실행시킵니다. 아이콘을 향해 눈을 깜박거리거나 가만히 응시하는 것은 컴퓨터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형이 의사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여러 개의 그림 문자로 이루어진 화면이 만들어졌죠. 형이 그림 문자 중 하나를 보면서 눈을 깜박이면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글로 쓰여진 내용을 전자 음성으로 변환시킵니다.

성경 지식이 많아질수록, 사람을 영적으로 돕는 일에 참여하려는 형의 열망도 커졌습니다. 매주 가족이 함께 성경을 공부할 때면 형은 자주 컴퓨터와 나를 번갈아 가며 쳐다봅니다. 그리스도인 회중 집회에서 문답식 토의가 있을 때 자신이 대답할 말을 써 달라고 나한테 신호를 보내는 거죠.

집회 중에 형은 화면에서 알맞은 아이콘을 찾아 클릭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면 전자 음성을 통해 모두가 형의 해설을 듣게 되죠. 이렇게 회중 성원을 격려하는 일에 참여할 때마다 형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형의 어린 친구인 알렉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이로 형이 성경 내용에 대해 발표하는 걸 들을 때마다 큰 감동을 받아요.”

하이로는 눈으로 조작하는 컴퓨터를 사용해서, 전자 음성으로 집회 때 해설에 참여하고 사람에게 자신의 신앙에 대해 알려 줍니다

은 눈을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신앙을 알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모든 인종의 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낙원 그림을 클릭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형의 컴퓨터에서 이런 소리가 나옵니다. “성경에서는 땅이 낙원이 되고 병과 죽음이 없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알려 줍니다. 계시록 21:4.”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면 형은 다른 아이콘을 클릭해서 “저와 함께 성경을 알아보시겠어요?”라는 음성을 틀어 줍니다. 놀랍게도 외할아버지께서 형의 제의를 받아들이셨습니다. 형이 동료 증인의 도움을 받아 할아버지께 조금씩 성경을 가르쳐 드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할아버지는 2014년 8에 마드리드에서 열린 지역 대회에서 침례를 받으셨습니다.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형의 모습은 학교 선생님의 주의를 끌었습니다. 형의 언어 치료사인 로사리오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만약 종교를 갖게 된다면 여호와의 증인이 될 거예요. 하이로가 아주 힘든 상황인데도 자신의 믿음 덕분에 정말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가 형에게 성경에 나오는 이러한 약속을 읽어 줄 때마다 형의 눈은 반짝거립니다. “저는 사람은 사슴처럼 뛰고 말 못 하는 사람의 혀는 기뻐 외칠 것이다.” (이사야 35:6) 가끔씩 낙담할 때가 있긴 하지만 형은 거의 언제나 활기에 차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벗과 함께 하느님을 섬기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며 살아가기 때문이죠. 형이 강한 믿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어려움이 많더라도 여호와를 섬길 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 5항 뇌성 마비는 뇌가 손상되어 운동 기능이 마비된 상태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뇌성 마비는 발작이나 식이 장애, 언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경직성 사지 마비는 뇌성 마비의 가장 심각한 종류로 흔히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증세가 나타난다.